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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열의 무용이야기

[컬럼,논단] 미셀 누아레 <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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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1 20:17 71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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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과 크로스오버, 컨템포러리 댄스의 묘미_2]
미셀 누아레 <드망>
몸 확장을 통한 새로운 공간 탐구

-장광열_춤비평
 

  새로웠다. <드망>은 벨기에가 왜 신흥 무용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지, 왜 이 작품이 벨기에 프랑스어 공동체에서
주관하는 비평가상을 수상했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2009년 초연작인 <드망>(2010년 10월 18-19일 토월극장, 평자 18일 공연 관람)의 차별성은 공간을 변환시키는
신선함으로 요약된다. <드망>의 매력은 분명 무용이 중심이 되는 크로스오버 댄스이지만, “크로스오버”란 양식이 작품
전편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빔 프로젝터를 통한 영상이 무용수의 움직임과 접목되긴 하지만, 정작 고도의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충격적인 장면은
없다. 두 개의 스크린과 비디오 카메라의 움직임을 이용한 무용수(몸)의 분할이 기술과 접목된 영상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시종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 위에 잡아 놓는다. 이는 움직이는 오브제를 이용, 공간을 변환시키는 치밀한 조합과
서서히 드러내는,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분명한 메시지 때문이다.

  안무가이자 댄서인 미셀 누아레의 몸과 맞물린 움직이는 오브제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핵심 요소이다. 2개의 스크린
중 하나는 길고 낮은 박스 안에서 솟아 오르고, 다른 하나는 고정된 채 위에서 아래로 크기를 조율한다. 이 두 개의 움직이는
스크린은 토월극장의 상하 공간을 변환시키고, 그 위로 실제물이 흘러내리는 시도는 관객들의 의표를 찌른다.

  한 명의 어시스던트가 무대를 가로질러 이동시키는 긴 직사각형의 박스, 호리존트 쪽에 위치한 무대 전체를 뒤 덮을 만한
커다란 벽(Wall), 스테인레스 재질로 만들어진 서로 다른 크기의 몇 개의 테이블은 모두 움직이는 오브제로 활용된다.  크기나
디자인, 질감 등이 모두 다른 이 오브제들은 미셀 누아레의 몸과 만나면서 공간의 변이를 주도한다.

  이들은 예기치 않은 스크린의 등장을 유도하고, 시작부터 익숙해진 무대 공간을 단숨에 변화시키고, 세트 위에 누운 무용수의
몸 부분 부분을 영상으로 분할해 스크린에 투사, 한 명의 무용수가 3개의 공간에서 춤추는 특별한 장면을 연출해 낸다.

  이 같은 시도는 샤샤 발츠 안무의 <The Body>에서 무대 가운데를 가로 막은 커다란 벽 세트(처음에는 무대 중앙에 위치해
있지만, 중반 이후 이 벽은 단숨에 쓰러지고 경사진 무대로 변환된다)가 공간을 변화시키는 데 활용되고, 셰르키위 안무의
<믿음>에서 고정된 콘크리이트 벽 위에 이층 베란다를 만들어 댄서들과 연주자들의 동선을 통해 역시 공간을 변화시킨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안무가가 선택한 음악과 이미지의 조합 역시 그 감도가 만만치 않다. 소음과 기계음 등 음향적인 것까지도 음악으로 활용하는
시도와 장면에 따라 아름다운 선율을 대비적으로 배치한 것 등이 그것이다. 

  안무가는 적어도 두 개의 채널을 통해 작품 속에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하나는 영상이었고, 그 컨텐츠는 섬뜩할 정도로
강렬하다. 수많은 군중의 오가는 모습은 움직이는 솔로 댄스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현실 속의, 움직이는 혼자의 동체는 영상
속의 수많은 군중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무표정한 군상들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무가의 시선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하나는 거의 마지막에 보여지는 꾸겨진 종이들이 무대 위에 흩어진 장면처리이다. 영상이 디지털의 세계라면 이
장면은 아날로그의 세계이다. 안무가는 여기에 순수한 지체의 움직임을 더해 사회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다.

  <드망>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묘한 결합과 그를 통한 새로운 공간 창출, 관객의 가슴을 파고드는 잔잔한 메시지를 통해
무용예술의 영역을 또 다르게 확장하고 있다. 1명의 댄서와 1명의 카메라맨, 그리고 4명의 어시스던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실험은 무용예술이 미래에도 끝없이 진화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되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발 빠른 행보는 해외 예술계의 최신 동향을 알 수 있는데 일조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은 공연예술 축제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확보하는 담보란 점에서, <드망>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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