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의 작업은 세계 춤 시장에서 논의될 수 있어야/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 jky_writing

본문 바로가기

장광열의 무용이야기

[컬럼,논단] “National"의 작업은 세계 춤 시장에서 논의될 수 있어야/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profile_image
운영자 레벨
2025-02-21 17:38 706 0

본문

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National"의 작업은 세계 춤 시장에서 논의될 수 있어야



  컨템포러리 댄스 작품에서 관객들이 안무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무대 위에서 표출되는 여러 가지 장면들, 안무가가 펼쳐놓은 각각의 이미지들은, 공연의 중반을 넘어서고 난 시점에 조합해보더라도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인지, 지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좀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지 않는다.

  홍승엽이 안무한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개와 그림자>(6월 28-30일, CJ 토월극장, 평자 30일 관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키위가 레 발레 세 드 라 베와 함께 만든 <믿음>은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를 소재로 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테러의 위험에 직면한 현실을 각인시킨다. 이 작품에서처럼 실제로 벌어진 어떤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춤으로 만든 경우 관객들은 안무자의 분명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샤샤 발츠가 안무한 <The Body>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몸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용수들의 몸,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엮어낸 안무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음향적인 효과를 음악으로 확장시키고 건축과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내는 공간의 활용은 무용예술이 앞으로 얼마나 더 확장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류의 작품은 안무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 없이 그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들을 즐기기만 해도 흥미롭다.

  <개와 그림자>는 후자에 가깝다. 13명 댄서들의 움직임은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2천개가 넘는 작은 박스로 꾸며진 엄진선의 무대미술과 맞물려  70분 동안 이어진다.
  안무자가 펼쳐놓은 이미지들은 적지 않았다. 댄서들이 보여주는 움직임의 조합은 어느 부분에서는 안무가  홍승엽 특유의 감각적인 에스프리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그리 새롭지는 않았다. 안무가에 의해 만들어진 움직임의 조합도 홍승엽의 전작에서 보았던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부서진 무대세트로 인한 공간의 변화, 바닥에 흐트러진 무대 세트의 파편들을 제거하는 무브먼트와 연결된 댄서들의 동선, 공중을 떠 다니는 깃털, 빨간색 구두, 밀가루를 연상시키는 백색의 분말들, 검정색 널빤지들, 보통 사람 신장 두배 크기로 변신한, 폭이 넓은 치마를 착용한 댄서와 그 치마의 활용법 등등--- 그것들은 여타의 춤 작품 속에서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이미지들이었다.
  개개 댄서들의 특성을 살려내는,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하는 고유의 예술적 특성을 움직임을 통해 음미하지 못한 것 또한 아쉬웠다.
  엄진선의 무대미술은 탁월했다. 2012년 두 명의 안무가 이브기와 그레벤과의 작업 <소셜 스킨>에서 보여준 수백 벌의 의상을 조합했던 것 못지않게 <개와 그림자>에서 수천개의 박스를 조합한 그의 디자인 감각은 국제무대에서도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손색이 없다.
  관객들이 컨템포러리 댄스를 통해 안무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예술작업이다. 새로운 컨셉트, 작품을 풀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차별화 된 움직임의 조합이 그 핵심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전제로 한 대본 없이 60분 이상 길이의 괜찮은 컨템포러리  댄스 작품을 만들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스태프들과의 협업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럽의 유명 안무가들이 음악, 조명, 의상, 무대미술, 영상 파트 스태프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그들의 아이디어를 조합하려 노력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개와 그림자>에서는 엄진선의 무대미술을 제외하고는 안무가와의 소통을 통한 제대로 된 스태프들간의 매치업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지난 3년은 예술감독 홍승엽의 작업(신작과 기존 작품)과 외국 안무가들에 의한 두 개의 작품, 국내 안무가에 의해 만들어진 소품제작으로 요약된다. 작품들마다 편차가 있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의 질이나 운영 면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초대 예술감독의 공으로 돌릴 수 있다.

  관객들이 국립현대무용단에 기대하는 것은 일정 수의 무용수들과 제작 예산이 확보되어 있는 만큼 개인 안무가들이나 소규모의 전문 단체들의 작업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안무가와 스태프들 간의 긴밀한 협력에 의한, 예술성 높은 작품의 제작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은 세계 춤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으로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립무용단의 공연 작품들은 서울 뿐 아니라 지역의 관객들, 더 나아가 세계 여러 나라의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립현대무용단의 레퍼토리들은 일정한 질이 담보되어야 하고 최신 경향의 세계적인 춤 작업의 흐름 속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획 제작 유통의 모든 과정을 연계할 수 있는 전문 프로듀서들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