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논단] 박은화 현대춤 Tuning X <나무>
2011-01-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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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과 크로스오버, 컨템포러리 댄스의 묘미_3]
박은화 현대춤 Tuning X <나무>
자연의 생명력을 응집하는 몸과 음악
장광열_춤비평
한 안무가가 자신의 창작 작업에 일관된 제목을 붙이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현대무용가 이정희의 살풀이 연작
시리즈, 중견 안무가 박은화의 Tuning도 그 중 하나이다. 박은화의 Tuning 시리즈 열 번째 작품(12월 16일, 김해
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안무자는 나무를 자연과 인간의 중간자로 해석, 일상생활, 그리고 생명과 연계시킨다.
70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신작 <나무>는 우선 대극장 공간을 활용하는 안무가의 공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탄생, 사랑, 다산, 죽음과 부활 등 시어가 갖는 의미들은 춤으로 음악으로, 무대미술로, 영상으로 연속적으로 중첩된다.
뿌리의 강한 생명력에서부터 물, 비, 바람, 잎들의 에너지 등은 안무자가 만들어 내는 춤 이미지의 원천들이다.
박은화의 일련의 작업에서 보여졌던 생명성, 제의적인 요소, 자연성을 통한 신비주의 등은 이 작품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난다. 그리고 여기에 움직임의 중심, 안무를 받쳐주는 일등 공신은 단연 음악이다. 라이브로 연주된 임동창의 음악은
이미지 댄스로 풀어낸 안무가의 컨셉트를 보는 극장예술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공연예술로 성공적으로 치환했다. 시시
각각 변주되는 피아노의 타건, 그가 직접 연주하는 타악기, 그리고 여성 보칼, 인성(人聲)은 절묘하게 몸과 함께 춤춘다.
제작진들이 추구한 나무의 영원성, 나무가 갖는 생명력과 우주와의 조우는 박은화의 솔로 춤 장면에서 만개한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적인 에너지에 반응하는 임동창의 순발력- 시작과 멈춤 그리고 다시 시작점을 포착하는 두
아티스트의 절묘한 타이밍 찾기는 세월을 담아낸 꾼들의, 만만치 않은 공력의 산물이었다. 박은화의 솔로는 압권이었다.
북소리가 들릴 때 긴 나무 가지를 들고 나오는 장면은 어느 일면 제의적이면서 신비롭다. 나무 가지를 천천히 세우고
상체를 뒤로 젖힌 채 허공을 바라보는 정지된 포즈, 몸의 마다마디를 빠르게 터치해 가는 동작, 텅빈 공간을 가로지르는
나뭇가지에 의한 회무(回舞) 장면은 즉흥성이 강하게 묻어난다. 그 만큼 거스럼이 없고 자연스럽다 .
안무가가 담아내는 자연주의적 신비, 제의성은 소수 댄서들의 춤과 군무를 통해서도 소통한다. 박은화의 안무는 느린
움직임과 2인무, 3인무에서는 접촉에 의한 빠름과 순간적인 멈춤이, 6인무와 12인무로 변환되는 군무에서는 조형적인 미의
구축으로 차별화된다. 막이 오르면서 보여 지는 등을 무대 바닥에 밀착한 채 두 팔과 다리를 든 12명 무용수들의 정지된
포즈, 이어지는 쓰러진 고목 위 박은화의 솔로 춤, 무대 전면 나무 사이로 붉은 치마를 입은 무용수들의 등장, 한 팔을
수평으로 뻗은 상태에서 6명의 무용수들이 일렬로 굴신을 하면서 전진하는 동작들이 모두 그런 사례들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영상의 사용은 특히 조명과의 협업작업이 더 필요해 보였다. 각기 다른 굵기와 선을 가진 나무의
형상화 작업은 보다 더 지적이고 예술적으로 더 도드라져 보였어야 했다.
라이브 연주와 맞물린 즉흥성, 오브제로 활용된 긴 나무가지가 던져주는 자연주의, 그리고 군데군데서 각기 다른 감흥
으로 살아 숨쉬는, 박은화의 느린 움직임과 군무에 의한 제의성은 대형무대 작업에서 드러나는 몇 가지 작위적인 설정
으로 인한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예술적인 뼈대를 지탱해주는 핵심 요소들이다.
이즈음 들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부산 무용계의 진화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춤전용 극장의 개관과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한 소극장 춤 운동, 일급 스태프들과의 협업에 의한 공연 제작은 질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특정
인맥에 연연하지 않는 젊은 무용수들의 의욕적인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박은화의 이번 공연은 이같은 부산 무용계의
새로운 변화, 전문적인 제작 시스템의 정착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박은화 현대춤 Tuning X <나무>
자연의 생명력을 응집하는 몸과 음악
장광열_춤비평
한 안무가가 자신의 창작 작업에 일관된 제목을 붙이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현대무용가 이정희의 살풀이 연작
시리즈, 중견 안무가 박은화의 Tuning도 그 중 하나이다. 박은화의 Tuning 시리즈 열 번째 작품(12월 16일, 김해
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안무자는 나무를 자연과 인간의 중간자로 해석, 일상생활, 그리고 생명과 연계시킨다.
70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신작 <나무>는 우선 대극장 공간을 활용하는 안무가의 공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탄생, 사랑, 다산, 죽음과 부활 등 시어가 갖는 의미들은 춤으로 음악으로, 무대미술로, 영상으로 연속적으로 중첩된다.
뿌리의 강한 생명력에서부터 물, 비, 바람, 잎들의 에너지 등은 안무자가 만들어 내는 춤 이미지의 원천들이다.
박은화의 일련의 작업에서 보여졌던 생명성, 제의적인 요소, 자연성을 통한 신비주의 등은 이 작품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난다. 그리고 여기에 움직임의 중심, 안무를 받쳐주는 일등 공신은 단연 음악이다. 라이브로 연주된 임동창의 음악은
이미지 댄스로 풀어낸 안무가의 컨셉트를 보는 극장예술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공연예술로 성공적으로 치환했다. 시시
각각 변주되는 피아노의 타건, 그가 직접 연주하는 타악기, 그리고 여성 보칼, 인성(人聲)은 절묘하게 몸과 함께 춤춘다.
제작진들이 추구한 나무의 영원성, 나무가 갖는 생명력과 우주와의 조우는 박은화의 솔로 춤 장면에서 만개한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적인 에너지에 반응하는 임동창의 순발력- 시작과 멈춤 그리고 다시 시작점을 포착하는 두
아티스트의 절묘한 타이밍 찾기는 세월을 담아낸 꾼들의, 만만치 않은 공력의 산물이었다. 박은화의 솔로는 압권이었다.
북소리가 들릴 때 긴 나무 가지를 들고 나오는 장면은 어느 일면 제의적이면서 신비롭다. 나무 가지를 천천히 세우고
상체를 뒤로 젖힌 채 허공을 바라보는 정지된 포즈, 몸의 마다마디를 빠르게 터치해 가는 동작, 텅빈 공간을 가로지르는
나뭇가지에 의한 회무(回舞) 장면은 즉흥성이 강하게 묻어난다. 그 만큼 거스럼이 없고 자연스럽다 .
안무가가 담아내는 자연주의적 신비, 제의성은 소수 댄서들의 춤과 군무를 통해서도 소통한다. 박은화의 안무는 느린
움직임과 2인무, 3인무에서는 접촉에 의한 빠름과 순간적인 멈춤이, 6인무와 12인무로 변환되는 군무에서는 조형적인 미의
구축으로 차별화된다. 막이 오르면서 보여 지는 등을 무대 바닥에 밀착한 채 두 팔과 다리를 든 12명 무용수들의 정지된
포즈, 이어지는 쓰러진 고목 위 박은화의 솔로 춤, 무대 전면 나무 사이로 붉은 치마를 입은 무용수들의 등장, 한 팔을
수평으로 뻗은 상태에서 6명의 무용수들이 일렬로 굴신을 하면서 전진하는 동작들이 모두 그런 사례들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영상의 사용은 특히 조명과의 협업작업이 더 필요해 보였다. 각기 다른 굵기와 선을 가진 나무의
형상화 작업은 보다 더 지적이고 예술적으로 더 도드라져 보였어야 했다.
라이브 연주와 맞물린 즉흥성, 오브제로 활용된 긴 나무가지가 던져주는 자연주의, 그리고 군데군데서 각기 다른 감흥
으로 살아 숨쉬는, 박은화의 느린 움직임과 군무에 의한 제의성은 대형무대 작업에서 드러나는 몇 가지 작위적인 설정
으로 인한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예술적인 뼈대를 지탱해주는 핵심 요소들이다.
이즈음 들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부산 무용계의 진화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춤전용 극장의 개관과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한 소극장 춤 운동, 일급 스태프들과의 협업에 의한 공연 제작은 질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특정
인맥에 연연하지 않는 젊은 무용수들의 의욕적인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박은화의 이번 공연은 이같은 부산 무용계의
새로운 변화, 전문적인 제작 시스템의 정착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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