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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by Mr.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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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술인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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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PAP 댓글 0건 조회 1,130회 작성일 11-01-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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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인 장관

                                                                  장광열_춤비평.한국춤정책연구소장


  2010년 12월 31일 개각을 통해 새로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내정되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또 어떤 변수가 생길는지 모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불발에 거친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에 이어 이번
에도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을 내정함으로써, 예술인 출신 장관을 선임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유인촌 현 장관은 지난해 8월 장관직에서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새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계속 장관직을 맡아왔었다.  2008년 2월 29일에 취임한 유인촌 장관은 재임 기간이 거의 3년에
이르렀고, 최장수 장관 기록도 세웠다. 연극인 출신이었던 만큼 예술인 장관에 거는 공연예술계의 기대는
남달랐고, 유장관은 재임기간이 길었던 만큼 많은 일들을 해냈다. 

  특히 취임 후 국공립예술단체를 향해 공연수익 보다 좋은 예술작품의 창작을 강조하면서 오디션 실시와
복무규정 강화 등 엄격한 단원 관리 시스템을 주문한 것이나 공공 극장의 특성화, 상주예술단 운영 등
극장을 통한 간접지원 확대,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등은 예술가 특유의 현장 감각이 없었다면 좀처럼 시행이
어려운 것들이었다.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활성화시켜 예술계의 국제교류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한
것도 기대이상의 성과였다.

  그러나 유인촌 장관은 재임 동안의 이 같은 적지 않은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 장관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문화부와 공보처의 분리가 이루어진 1990년, 이어령 초대 장관이후
 문화부에는 예술인들의 입각이 계속 이어져 왔다. 이창동씨, 김명곤씨를 비롯해 현 유인촌 장관까지,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도 예술계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주인공들이다.
 
 문화예술 기관의 장을 예술가와 행정 관료가 맡는다면 누가 더 잘해낼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문화예술계에
서는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다. 연출가 허규씨가 국립극장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이슈가 됐고,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서울예술단 등 국내 대표적인 공공 극장과 단체의 장을 선임할 때도 저울질의 대상이었다. 정부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장관 선임 때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 장관 인사는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지배될 때가
더 많았지만, 정작 예술가들도 정치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현역 예술가들의 문화부 장관 재임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들은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는 강점을 지녔다.
그것은 예술계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발 빠르게 정책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예술인
장관들은 자신과 연계된 장르 이기주의와 공동체 활동을 통한 끈끈한 인맥 사이의 이해관계로부터는 특히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예술가들의 현장 체감이 하나의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그것은 실패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그 만큼 크다. 김명곤 장관 재임 시절 전통예술 진흥이란 명목
으로 전통예술과를 신설했지만 이 부서는 MB정부 들어 공연전통예술과로 통합되었다. 신설 당시부터 전통예술
한 장르만을 위해 독립된 부서가 만들어지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고, 준비 없이 배정된 예산은 결국
졸속 사업을 부추겼다.

  예술인들의 병역특례에 관한 정책도 예술인 장관들이었기에 무리하게 시행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이다.
김명곤 장관 시절 국방부에 대체복무제도연구위가 있었고 병무청과의 조율에 의해 병역 특례를 주는 음악
무용콩쿠르에 대해 정비할 기회가 있었으나, 김장관은 기존 방침 고수를 선택했었다.

  유인촌 장관은 부임 이후 남성 무용수들의 병역 특례를 늘이기 위해 이미 수년전부터 시행해 오는 정부
지원 국제무용콩쿠르가 있음에도 국제현대무용콩쿠르를 새로 신설하고 또 다른 콩쿠르까지 국고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무용 콩쿠르가 없어져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대한민국은 무용수들의 병역 특례를 위해
3개의 국제 무용 콩쿠르를 정부 지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는 기현상을 보이는 나라가 되었다.
 
 국군예술부대(가칭) 창설을 통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보다 많은 유망한 젊은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예술적
기량을 연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안되어 있음에도 예술인 장관들은 부처간 협의와 조율을 통한
새로운 정책 개발보다는 “안주”와 “선심”이란 쉬운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한명의 장관은 병역특례를
위한 콩쿠르가 가져다주는 폐해를 고스란히 방치했고, 다른 한 장관은 그 폐해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술계 현장의 이해관계에 예술인 장관 스스로 공모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물론 모든 정책이 다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계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예술인 장관이, 필요한 정책 대신
이벤트 하듯, 선심 쓰듯 잘못된 과시형 정책을 시행했을 때, 그것이 오히려 예술계 발전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을 때 현장 예술가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더욱 커진다.

  예술인 유인촌 장관의 재임시절 공과는 시간이 지나면 더욱 엄중하게 평가되겠지만, 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고
운용하는 장관이란 자리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님은 분명한 듯하다. 새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적어도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의한 과시형 정책의 불행한 희생자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 게시물은 IPAP님에 의해 2019-07-30 08:36:55 칼럼 및 논단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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