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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심청>, ‘발레 상품’으로서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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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PAP 댓글 0건 조회 130회 작성일 20-01-0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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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발레 상품으로서의 경쟁력

                                                     장광열_춤비평가. 숙명여대 겸임교수

 

돌이켜 보면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과 평자는 그 인연이 적지 않다.

공연예술 전문지 월간 <객석>의 기자 시절, 발레 <심청>의 초연을 전후해 당시 1막과 3막의 음악을 담당했던 작곡가 최동선은, 국악기를 활용한 발레음악
작곡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평자에게 토로했었다
.

대본을 썼던 작가 박용구와 유니버설발레단과의 저작권 계약의 이모저모, 지속적으로 작품을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서 <심청>의 연출을 맡았던
전 마린스키발레단 예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자문을 요청했던 일
, 링컨센터 스테이트 시어터에서 있었던 <심청> 공연의 현장에서 뉴욕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 공연예술의 메카인 뉴욕 입성까지의 과정을 취재한 것 등이 발레 <심청>과 연계된 평자의 추억들이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오페라극장,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그리고 갤러리에 2016년 한 해 동안 올려 진 모든 장르의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수상작품을 선정하는
예술대상에서 발레
<심청>이 대상 작품으로 선정되었을 당시 평자는 심사위원장을 맡았었다.
각 장르별로 구성된 예심 본심 심사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이 매년 이어졌으나 당시 <심청>은 음악 연극 미술 부문의 심사위원들도 별다른 반대 없이 수상에
동의했었다
. 시상식 날 심사경과 보고에서 평자는 <심청>의 선정 이유를 더욱 업그레이드 된 한국적 소재의 창작발레가 갖는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이라고
밝혔었다
.
 

자문을 요청해 평자와 마주했을 때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감독은 2막 바다 속 용궁 장면에서 물고기들로 분한 무용수들이 머리에 쓸 관을 스케치한 수집 장의 디자인과 조선시대 우리 민족들의 복식과 풍물 등을 담은 국내외에서 발행된 화보집을 여러 권 보여주었었다. 그 책 중에는 당시 북쪽에서 발행된 것들도 있었다.
심청에게 공양미 시주를 권하는 스님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각을 물어보면서 그는 스님이 1막에만 등장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연출한 현재의 <심청>에는 3막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도 스님이 등장한다.
많은 관객들은 모르고 지나치지만 스님의 약속이 실현되고 모든 사람들이 그 기쁨을 함께 누리는 이 장면은 드라마 발레에서 한 명 한명 캐릭터의 등퇴장이 갖는
논리적인 전개
, 치밀한 구성의 승리였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손 본 용궁 장면에서 물고기들의 관은 의상과 춤과의 조화로움이 전작에 비해 배가되었다.

뉴욕시티발레단의 베이스인 링컨센터 스테이트 시어터 <심청> 공연 당시 3막 심봉사가 눈뜨는 장면에서 갑자가 조명이 환하게 밝혀질 때 관객들이 모두 박수로 환호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양의 관객들이 <심청>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 가고 있었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딸의 효심에 공감하고 있음을 현장의 뜨거운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라는 동서양의 보편적인 정서로 인해 발레 <심청>은 보완작업을 거친다면 국제무대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같은 평자의 기대는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1986년 초연 이래 발레 <심청>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만한 레퍼토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한 대본(2막을 용궁 장면으로 설정한 것은 빼어난 선택이었다), 안무(바다 속 용궁 장면을 디베르티스망으로 구성하면서 클래식 발레의 요소로 살려낸 것은 탁월한 안무 감각이 아닐 수 없다), 음악(작곡가는 조선시대 서민과 궁중을 배경으로 한 여러 이미지들을 클래식 음악을 주조로 조화롭게 엮어냈다), 의상과 무대미술 등 극장예술에서 요구되는 여러 요소의 조합, 전문가들에 의한 디테일한 보완과 끊임없는 수정 작업,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통한 독창성과 보편성을 동서양의 조화로 일구어 낸 점에 힘입은 바 크다.

 

현재의 발레 <심청>80년 대한민국 발레사를 통 털어 베스트 작품 다섯을 꼽으라면 단연 그 선두권에 자리매김 될 것이다. ‘토슈즈를 신은 한국의 고전이란 부제에서 보듯 해외 춤 시장에서 <심청>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독창성과 보편성을 두루 갖춘 전막 레퍼토리에서 찾아져야 한다.

그 독창성은 춤, 음악, 의상, 무대미술, 스토리, 연출 등에 담긴 한국적인(서양인들의 눈에서 보면 이국적인) 정서에서, 보편성은 발레라는 장르, 자식의 희생으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효를 소재로 한 따뜻한 휴머니티, 현실과 환상이 조합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3막을 통 털어 클래식 발레에 기반 한 무브먼트를 일관되게 적용시킨 안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창작발레 <심청>은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적인 소재의 전막 발레 작품이란 점에서 우리나라 직업 발레단들이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는 다른 전막 발레작품과 차별화 된다. 이는 해외 무대 진출 시 한국의 발레단만이 공연할 수 있는 독창적인 레퍼토리로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외 춤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예술적인 완성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유니버설발레단이 초연 후 30년 넘게 다듬어 온 <심청>에 대한 평가의
잣대는 무엇보다 발레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우선 될 수밖에 없다
.
 

창작 발레 <심청>은 드라마틱한 소재의 전막 발레 작품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이 비교적 잘 융합되어 있다.
스토리 전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열된 춤 구성도 그 중 하나다. 1막에서 남성 무용수들에 의해 추어지는 역동적인 선원들의 군무, 2막 바다 속 용궁 장면에서 왕자와 심청의 2인무와 디베르티스망, 3막 대궐에서의 왕과 왕비로 분한 심청의 2인무(문라잇 파드되)와 소수의 군무 등은 각기 다른 맛깔로 관객들의 기호를 자극한다.

주요 배역을 맡은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는 발레 작품의 완성도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동안 심청 역을 춤춘 무용수들은 하나 같이 스타 무용수로 발돋움 했다. 초연 이후 적지 않은 공연에서 심청 역을 맡았던 문훈숙은 회가 거듭될수록 절정의 춤과 연기를 선보였었고, 말년의 그녀는 풍부한 무대 경험에서 스며든 농익은 춤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중심을 지켰다.
 

세밀한 스토리 라인이 생략되어 있는 구성상 <심청>에 등장하는 주요 배역들 중 특히 주인공 심청 역을 맡은 무용수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을 담아내는 춤과 표현력으로 드라마를 끌어 가야한다. 3막에서 왕과 왕비의 2인무는 기교적으로도 어렵고, 심청의 심리묘사도 곁들여져 작품 전편을 통 털어 가장 아름다운 춤이다.
두 무용수의 파트너십이 왕과 왕비의 캐릭터로 완벽히 치환된다면 이 발레 2인무는 그 자체로 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한다.
 

김인희, 최민화, 박선희, 전은선, 안지은, 강예나, 김세연, 유난희, 한서혜, 황혜민, 한상이, 강미선, 홍향기, 김나은 등 그동안 심청 역을 맡은 무용수들은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스타였다. 이들 중 적지 않은 무용수들이 외국의 메이저 발레단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도 활약하고 있는 무용수들이란 점에서 그 배역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바다 속 용궁의 왕자 역, 특별한 연기력이 요구되는 심봉사 역, 카리스마로 무장된 선장 역, 왕비가 된 심청과 함께 3막을 끌어가는 왕 역 등 <심청>이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생략되어 점을 감안하면 주요 배역들의 독창적인 캐릭터 표출이야말로 극적 긴장감을 살아나게 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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