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전막 초연, 프로페셔널리즘 구축의 전기되어야 > writing by Jang Kwangyr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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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레미제라블> 전막 초연, 프로페셔널리즘 구축의 전기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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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PAP 댓글 0건 조회 99회 작성일 21-01-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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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레미제라블> 전막 초연, 프로페셔널리즘 구축의 전기되어야                
                                                                                  장광열_춤비평가

 


  섬뜩했다.
  2막 1장 블루 톤의 조명 속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의 대립 장면은 절제된 움직임, 응축된 눈빛,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감만으로도 몰입감을 높였다.
캐릭터에 의해 드라마가 살아난, 가장 빼어난 장면이었다. 장발장 역 강준하,  자베르 경감 역 손관중의 연륜과 관록, 캐릭터를 활용할 줄 아는 안무가(지우영)의 감각이 빚어낸 성과였다.
  댄스시어터샤하르(DTS발레단)의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전막 공연(9월 23-24일 도봉구민회관, 10월24일 노원문예회관 대극장, 평자 23일 관람) 초연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했다.
  빅토르 위고의 역작으로,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폭동 등 프랑스의 19세기를 관통한 역사적 격변이 생생하게 담긴 대작,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져 이미 원작 못지않은 명작의 반열에 올라 선 작품을 발레로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무대예술 작업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소설과 영화, 뮤지컬을 통해 남아있는 텍스트와 해석이 갖는 선입견, 등장인물들의 정형화 된 캐릭터에 관객들도 제작진들도 함몰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만만치 않은 작업이 2시간 길이의 창작발레로 민간 발레단에 의해 처음 시도된다는 것은 분명 관심의 대상이었다. <레미제라블> 제작진들이 내세운 것은 ‘용서와 사랑을 기저로 한 휴머니즘, 시 공간을 초월하는 함축적인 드라마 발레, 특수효과 인터렉티브를 활용한 섬세한 심리묘사’ 였다.
  안무 연출 각색을 맡은 지우영은 방대한 스케일과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2막 15개의 장으로 나누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설정과 이들 사이 연기와 춤의 안배, 사실적인 무대미술과 영상의 혼합, 관현악을 중심으로 한 편집음악 등으로 작품의 뼈대를 설정했다.
  비중 있는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 역은 젊은 장발장(윤전일), 젊은 자베르 경감(정민찬)을 설정해 시간을 넘나들었고, 코제트(스테파니 킴)와 그를 사랑하는 마리우스 (윤별) 역은 2인무 위주의 춤 구성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지우영은 이들 주요 등장인물 외에 미리엘 주교, 미혼모이자 코제트의 생모인 팡틴(이한나), 코제트를 학대하는 테나르디에르 부인(김순정)과 그녀의 딸이자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에포닌을 등장시켜 드라마를 끌어갔다. 시민군들의 봉기 장면은 14명의 군무와 바리게이트, 대형 깃발을 활용해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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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은 전체적으로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의 대립구조,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2인무가 그 중심을 이룬다. 스테파니 김과 윤별의 2인무는 고난도의 동작까지도 소화내 해는 안정감이 있었다. 코제트로 분한 스테파니 김은 뛰어난 음악 해석을 바탕으로 한 표현력에서도 노련함을 보였으나 초연 공연 날의 긴장감 때문인지 두 사람의 완벽한 파트너십을 음미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장편 창작발레 <레미제라블> 전막 초연은 평자가 우려했던 것보다 분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된 공연 일정과 장소가 여러 번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작업인 점을 감안하면,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이루어낸 성과는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초연 프로덕션은 제작진들이 내세운 세 가지 중심 틀이 완벽한 무대예술 작품으로 구현되기에는 부족한 점도 눈에 띄었다.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을 중심으로 용서와 구원을 담은 휴머니즘이란 메시지는 어느 정도 다가왔지만, 특히 시공간을 넘나들며 스토리 라인과 결합되어야 하는 무대미술과 영상의 조합과 조명은 전문 공연장이 아닌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많은 장면을 필요로 하고 등장인물의 특징적인 캐릭터를 살려내는 드라마 발레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줄이면 줄일수록, 춤과 연기에서, 조명에서 그리고 음악 등에서 세밀한 설정을 필요로 하고 이들과의 앙상블 구축 역시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좀 더 모던한 톤으로, <까멜리아 레이디>나 <오네긴>처럼 주요 캐릭터들을 보다 극명하게 드라마적인 구도로 연결시키고, 편곡에 의한 음악 구성 등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원작이 갖는 강점만으로도 재공연을 통한 레퍼토리 화 작업이 이어져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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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시어터샤하르의 <레미제라블> 전막 공연이, 국립발레단이나 광주시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예산과 일정한 단원을 확보하고 있는 빅 직업발레단이 아닌, 와이즈발레단이나 서울발레씨어터처럼 전문 공연장의 상주단체가 아닌, 어쩌면 프로젝트 컴퍼니에 더 가까운 발레단에 의해 초연되었다는 점은 한국 발레계의 창작 환경을 되돌아보게 한다.
  댄스시어터샤하르는 전문 공연장의 상주 단체는 아니지만 전용 스튜디오를 갖추고 단원들이 매일 출근해 정규적인 연습을 하는 전문 발레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래퍼토리가 눈에 띈다.  2012년 서울무용제 자유참가작으로 첫 공연을 한 이래 지난 8년 동안  30분에서 120분 길이의 18개의 크고 작은 작품을 제작했다. 이중 13개 작품이 60분 이상 길이의 장편이다.
90분 길이도 7개 작품이나 된다.
  <한 여름밤의꿈><줄리엣과 줄리엣들><지젤이 지그프리드를 만났을 때> 등 고전 발레를 각색한 작품에서부터 <사운드오브뮤직><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헬렌켈러> 등 유명 영화를 발레로 만든 작품도 있다. <이상한 챔버 오케스트라>는 꾸준히 공연되는 인기 레퍼토리이다.  또한 청소년, 장애인, 장년층을 겨냥한 계층별 맞춤형 작품과 코믹음악발레, 뮤지컬 발레  등 그 양식 또한 다양하다.
  재원조성의 방편으로 공공 지원금을 최대한 활용하는 발레단의 운영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나는 예술여행과 창작산실, 한국문예회관연합회의 방방곡곡 사업 등 공공 지원금 공모, 서울무용제와 각 지역 문화재단의 축제 참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와 서울특별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력지원 제도 등 공적인 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한다.
  국 시립발레단, 상주단체가 아니면 지속적인 창작 작업이 쉽지 않은 한국 발레계의 현 상황에서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전방위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 단체는 전문 발레단 체제로 운영되는 여타의 몇몇 발레단처럼  보유하고 있는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를 더 배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다양한 작품 못지않게 질 높은 작품을 통한 관객 서비스가 전문 발레단 체제로 운영되는 단체에게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즈음 들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지역 명을 내세운 시티발레단들 거의가 학원 운영과 연계된 교육적인 프로그램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정 스튜디오에서 고정 단원들의 정기적인 연습과 창작환경을 갖춘 전문 발레단들의 역할은 발레 대중화에 매우 중요하다.   
  전문 발레단에 소속된 댄서들의 기량 향상과 단체의 지속적인 창작 작업과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 작업을 위해서는 안무가들의 수평교류, 공공 지원금을 받는 발레축제와 공공 극장의 연계 지원도 중요하다.
  한국 발레계의 프로페셔널리즘 강화는 공공 발레단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단일 작품에 가장 많은 지원금이 지원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은 프로페셔널리즘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업에 지원하는 것을 제일 우선으로 해야 한다. 어설픈 아마튜어리즘과 아카데미즘에 지원하는 관행이 수년 동안 적지 않은 지원을 했음에도 우수 작품이 생산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댄스시어터샤하르의 <레미제라블> 전막 공연 도전이 한국 발레계에 프로페셔널리즘을 고양시키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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