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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개막공연/ 아비투스를 넘어 자유를 불러들인 몸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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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PAP 댓글 0건 조회 199회 작성일 22-07-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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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현장

2022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개막공연
아비투스를 넘어 자유를 불러들인 몸들의 향연
김명현_춤비평가

‘즉흥’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 혹은 정서는 무엇보다 ‘자유’일 것이다. 어떤 틀이나 규칙으로부터 등 돌리고 있기에 정형화되지 않으며, 어떤 약속이나 어떤 구성을 전제하지 않기에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 즉흥의 매력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제한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흥은 무용수의 몸이 주어진 시공간의 환경을 점유하고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포르투칼 출신의 철학자 호세 질은 Paradoxical Body(2006)에서 무용수는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과 함께 공간을 ‘분비’한다고 말한다. 무용수의 몸에서 분비된 ‘몸의 공간’은 역설적인 공간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간이라고 부르는 객관적 공간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이다. 무용수에 의해 분비된 공간은 객관적 공간을 변형시키면서 비록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공간에 정서적 가치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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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개막공연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박상윤




이렇게 공간과의 관계 맺기 속에서 새로운 공간을 분비하는 능력이 몸짓을 주재료로 삼는 즉흥예술가들에게 특히 요구되는 능력이다. 그래서 즉흥이 보기엔 쉬울 듯하지만 정말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즉흥춤의 무대를 보지만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고만고만한 무대를 목격하게 되고, 한두 명 눈에 띄는 무용수 움직임이 인상 깊거나 흐름이 비교적 잘 흘러가면 그것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마련인 것이 즉흥무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국제즉흥춤축제의 개막공연(5월 24일, 남산국악당)은 조금 특별한 즉흥춤 무대로 기억되는 소소하지만 큰 사건으로 기억될 무대였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7명의 무용가(Julyen Hamailton, 이미리, 남정호, 양승희, 김요셉, 홍지현, 박유라)는 모두가 각자의 공간을 잘 분비하는 선수들이었고, 라이브 연주자들(Oene van Geel, 김지혜, 김보라)은 무용가들을 앞서거나 뒤서면서 공간의 풍경을 시시로 때때로 변화시켜 시노그래피적 숨을 불어넣는 데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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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개막공연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박상윤




먼저 세계적인 즉흥예술가 줄리엔은 등장하자마자 마치 리어왕이 등장한 것처럼 공간을 장악했다. 이미 70줄 나이의 노련한 시인이자, 음악가이며, 무용가인 그의 몸짓은 푸른 셔츠와 높이 들어올린 오른 손과 무언가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이미 연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후 차례로 양승희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껄렁껄렁하게, 앳된 박유라가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홍지현은 초록 셔츠, 김요셉을 머리를 하나로 땋고, 이미리는 오드리 헵번같은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등장한다. 마치 시인인 줄리엔이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불러들이는 것처럼 순식간에 캐릭터가 구축된다. 일반적으로 출연자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인지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과는 다르다. 팀의 리더였던 줄리엔으로부터 어떤 지시나 컨셉이 있었는지 물어보았지만 대략적인 구상도 주문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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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개막공연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박상윤




이후 이들이 이런 저런 조합으로 헤쳐 모여가며 보여준 장면 장면은 무엇보다 각자의 움직임이나 연극적 행위에 있어서 또렷했고 가시적이었다. 김요셉과 양승희의 건장한 체구는 튀지 않으면서 보조를 잘 맞춰주었고, 남정호가 간간이 보여주는 그녀의 예술세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유희’적 제스처는 객석에 소소한 웃음을 계속 만들었다. 즉흥 무대가 처음인 박유라의 몸짓은 수줍었지만 기죽지는 않았고 홍지현은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밸런스로 이런 저런 조합에 잘 어울렸다. 이미리의 움직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기 힘들었는데, 그녀는 다른 날 공연에서 보았을 때도 아주 명확한 움직임을 했다. 현장에서 적은 메모를 잠시 옮겨보자면, “이미리의 앙상한 팔다리가 그리는 캘리그래피는 빠른 물결무늬를 그린다. 작은 액센트를 점점이 찍는 데, 흐르는 선과 점 사이의 간격은 적절하다. 한 편의 잘 쓴 손 글씨가 시각예술이 될 수 있다면, 이미리의 서체는 아주 반듯하면서도 부드럽고, 공간의 간격을 규칙적으로 만들어가는 정갈한 글씨체일 것이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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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개막공연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박상윤




이런 개성 강한 몸들의 향연 속에서 극장은 시시로 때때로 바다가 되기도, 산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빼어난 라이브 연주 덕분이었다. 외네의 비올라와, 김지혜의 타악, 김보라의 보컬이 만들어내는 스펙트럼 넓은 사운드는 공간에 층위를 만들고, 시간을 비틀며 관객들의 긴장을 당겼다 늦췄다 했다. 서양의 선율악기가 만드는 서정성과, 장구와 징, 주발을 두드리거나 문질러가며 만드는 풍성한 공간감, 그리고 서사무가, 정가, 민요, 재즈, 구음 등을 오가는 테크니션 김보라의 소리는 무대에 정말 황홀한 풍광을 불러들였다. 마지막에 리드미컬하게 손뼉을 치면서 관객을 끌어들이고자 했지만 관객은 공연이 끝난 줄 알고 박수를 치는 바람에 더 멋진 장면이 연출 되지는 못했지만 7인의 무용가와 3인의 연주자들 만남은 그 자체로 아주 훌륭한 협업이었다. 즉흥의 무대에서 음악이 바뀌고, 몸짓이 바뀌면서 장면의 분위기와 정서가 빠르게 다른 장, 혹은 층위로 전환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날의 공연은 그런 흐름이 아주 가시적이었던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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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개막공연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박상윤




함께 공연을 보았던 이들과 뒤풀이를 하면서 이날의 무대에 대한 총평을 했는데, 누구는 “처음으로 즉흥다운 무대를 보았다”고 했고, 누구는 “유일하게 즉흥다운 무대였다”고 했다. 두 사람 다 20여년의 경력을 지닌 비평가라는 점에서 이들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즉흥은 흔히 자연스러운 몸짓을 자유롭게 펼쳐내는 예술로 생각된다. 그런데 사실 우리의 몸짓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의 행동은 모두 사회적으로 교육되고, 관습적으로 축적된 일정한 경계 내에서 순환하는 움직임이다. 그래서 각자의 몸이 다르기 때문에 몸짓도 다를 것 같지만 사실은 거의 비슷한 몸짓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인식 없이 몸들의 차이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 없이 무대에 올랐을 때, 몸짓은 앵무새 따라하기처럼 별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기 쉽다. 이를 의도적으로 깨야하는 것이 즉흥의 원리다. 자연스러운 몸짓 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짓이 사회적으로 범주화된 가치가 육화된 상태로 나타나는 아비투스임을 알고 이를 극복하고자 해야 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관객은 즉흥무대에서 ‘자유’를 발견하고, 무대와 동기화되어 함께 춤출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즉흥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지금 내 몸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의 시공간을 섬세하고 인지하고 그에 반응하는 공간을 분비할 수 있는 몸의 유창함이다.

김명현 

학부에서는 한국무용을, 석사과정에서는 예술경영을, 박사과정에서는 문화콘텐츠를 전공했다. 무용 작품의 기획에서부터 제작, 생산, 유통, 비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의 언어의 작동에 관심이 있다. 팟캐스트 플랫폼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심플리 댄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

2022. 7.
사진제공_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박상윤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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